
요 몇년 새 '자기객관화'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어디서 처음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다. 처음 들었을 때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든 단어라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자기객관화는 이 말과 통하는 데가 있다.
흔히 근거도 없이 허풍을 늘어놓거나 주제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자기객관화가 안 되어 있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객관화가 무조건 '주제파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주제파악은 좀 더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자기객관화는 나 자신에 품고 있는 자존감, 자기확신, 불안감과 관련이 있다.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으면 결국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상승하게 된다.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 생기면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실제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괴리감이 생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불안해지는 것이다.
나는 직업특성상 결과는 데이터적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어떤 데이터를 뽑아낼 건지,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건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판단을 내게도 적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자기객관화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럼 정말 간단한 나만의 자기객관화 방법을 소개해보겠다.
1. 후면카메라로 내 사진과 영상을 찍고 모니터링하기
이것은 외모와 태도적인 부분에서 자기객관화를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면접 연습을 할 때도 사용하곤 한다. 부끄럽지만, 나는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을 마주하기 싫어서 면접 연습 때도 내 영상을 찍기를 거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인것 같다.
후면카메라로 나를 찍고 그 모습을 보면 나의 생김새와 말할 때의 습관, 남들을 대할 때의 태도, 목소리 등을 제 3자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했던 내 모습과 카메라 속 모습이 너무 달라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습에 점차 익숙해지면, 나를 가꾸는 방법을 알게 되고 내 모습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보여야 더 괜찮은 사람일지를 연습하게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한결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2. 지난 1년 /5년간 내가 이루었던 성취에 대해 적기
성취라고 하면 내 기준 힘들었지만 이루어낸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회사 개근, 7시 기상, 여행을 5번 감, 친구 10명이상 사귐, 여자친구 사귐, 아파트 구입, 야식 끊기 등등 어떤 것이라도 흐르는 시간 동안 했던 일이 있을 것이다. 정말 당연한 일상도 쌓이면 대단한 일이 된다.
작은 일도 직접 기록해서 내 눈으로 확인해본다면, 아무것도 안 한 줄 알았던 1년, 5년간 생각보다 고생이 많았고 많은 걸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해 온 리스트를 주욱 보다 보면 무슨 일을 가장 많이, 자주 했는지, 어떤 일에 비용이 많이 들어갔는지도 알 수 있다. 이 리스트에 대해 평가를 해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보일 것이다.
3. 하고자하는 일에 대한 자문자답
인간에겐 성취욕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게도 직업적으로, 혹은 어떤 것을 얻기 위한 목표가 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 선택.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나와 대화해보아야 한다.
'유럽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1. 왜 지금 유럽 여행을 가야 하는가?
2. 유럽여행에 드는 비용은 꽤 크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3. 유럽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4. 유럽여행을 위해 포기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유럽여행을 고민하기 전 이런 질문들을 만들어 답을 써 보았다. 혹여라도 1번 질문에 대한 답이, '남들이 갔는데 후회안한다고 해서', '그냥...?' 이 나오면 과감하게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 답이 나오게 되면 4번 질문에 쓸 말이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을 써 놓고 보니 남들이 들어도 납득이 될 만한 답이었고, 남들이 저런 것들에 대해 물어도 거침없이 답해줄 수 있었기에 여행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다녀온 지금은 매우 만족한다.
머리론 알지만 가슴으론 납득되지 않는, 감정적인 일에도 이 방법은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면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고 싶을 때.
1. 스스로 납득되지 않았던 그 사람의 행동
2. 나와 다르다고 느꼈던 그 사람의 생각
3.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해 말했던 내용
4.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던 순간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을 뽑아 놓고, 답을 적어보면 알게 된다. 다시 만나고자 한다면 1~4를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걸. 나는 저 부분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간혹 참을 각오 없이 마음만 앞서 재회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만일 참지 못하게 된다면 다시 이별을 반복하거나, 나와 상대를 망가뜨리는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
타인의 입장으로 나를 바라볼 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남들이 본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도 완전히 진짜는 아니다.
둘을 조합해보고 스스로 판단했을 때,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 모습이 이상적인 모습과 너무 차이가 크다면 그 괴리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가면을 쓰라는 말은 아니다. 남들이 보는 내 이미지를 깨뜨려 보는 것이다. 조금씩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나 자신에게도 보여주면 어느새 내 진짜 모습과 이상적인 내 모습이 일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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